경제논평

(영광으로 이사갈까 헝가리로 이민갈까) 

전남 영광하면 굴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영광군을 더 영광스럽게 만드는 통계가 하나 있는데, 바로 전국 최고의 출산율입니다. 2022년 기준 영광군 출산율은 1.8명인데 이는 전국 평균인 0.78명의 두 배가 훨씬 넘고, 0.6인 서울의 세배쯤 됩니다. 이런 결과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핵심은 강력한 현금 지원이지요. 영광군은 결혼장려금 500만 원에다, 신생아 양육비로 첫째 500만 원, 둘째 1,200만 원, 셋째~다섯째 3,000만 원, 여섯째 이상 3,500만 원을 지급합니다.

국가 차원으로 가면 헝가리의 화끈한 저출산 대책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결혼하면 4천만 원을 대출해주며 아이 하나 낳으면 이자 면제, 둘이면 대출금 30% 탕감, 셋이면 전액 탕감, 넷이면 엄마의 소득세를 평생 탕감해 줍니다. 물론 이외에도 상당히 관대한 주택 보조금 제도 등이 있습니다.


(영광군과 헝가리 같은 퍼주기 대책이 상책?)

그럼 이런 파격적인 현금 및 세금 지원이 출산율 높이는 최선의 대책일까요?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현금지원의 유인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둘째, 예산에 필요한 재원 확보입니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높지 않고, 예산 측면에서도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자립도 15% 안팎의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현금 지원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보면 최악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전체 출산율 낮춘다기보다 인근 지역 출산 기회를 빼앗아오는 효과가 강하지요. 출산율은 국가적 과제이므로 중앙정부가 총괄하는 것이 예산 효율성 면에서 최선입니다.

 

(한시적으로 파격적 유인쓰고, 구조적 제도 변화 유도하는 이원화 정책)

지금처럼 기존 예산,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으로는 출산모멘텀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300조원 넘는 예산을 썼는데도 출산율 하락이 가속화된다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저의 신간 <개혁의 정석>에서는, 한편으로 획기적인 한시적 유인을 통해 출산 모멘텀을 되돌리고, 다른 한편으로 출산이나 양육 관련 직장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제도 및 환경 조성이라는 이원화 정책을 제안합니다.

 

(한시적인 소수정예 방식의 획기적 출산 유인)

출산 모멘텀 되돌릴 획기적 대책으로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무엇을 하건, 5년 정도 한시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 세가지인데 (1) 이것을 한시적으로 해야 유인효과가 커지고, (2) 예산의 지속가능성도 따져야 하며, (3) 다른 정책 분야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이런 대책은 백화점식으로 나누지 말고, 소수정예식으로 몇 가지에 집중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이 여기저기서 이곳저곳에 현금지원을 하는 방식은 정말 효과 없는 자원낭비가 되기 쉽습니다. 제가 지금의 대한민국 출산정책을 한심하다 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금지원 예시: 20대에 출산하면 현금 1억원 지급)

한 가지 예를 들어보지요. 지금은 각 지자체별로 어렵게 출산 현금 지원을 하는데, 아예 이것을 중앙정부 차원으로 몰아서, 그것도 20대에 출산하면 무조건 1억원 준다고 해봅시다. 지금은 평균 초산 연령은 32.3세이고 29세 이하 산모의 신생아수는 18.5%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제도를 딱 5년만 지속한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출산 연령이 낮아지면서 둘째를 낳을 가능성도 높아지지요. 통상 현금지원은 유인효과가 높지 않기 때문에 기왕에 예산을 쓴다면 이런 획기적인 방식이 최선입니다.

 

(다른 한시적 대책들)

현금지원 말고도 세금, 병역, 주택 등 다양한 유인정책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돈입니다. 무한정 퍼준다면 왜 출산율을 못 높이겠습니까만 예산에는 제약이 있기 마련이지요. 결혼의 장애물인 주택 비용의 경우 이미 반값 아파트등 주택 관련 유인 정책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편화된지 오래이므로 전문가에게 맡기면 얼마든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출산 가정에게 주택 가격을 낮추어주려면 어디선가 예산을 끌어와 공급자를 지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에 대한 금리 특혜도 결국 금융권의 부담이 되고 이는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 재정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지요. 결국, 돌고 돌다 보면 국민 세금 부담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퍼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예산의 유인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유능한 정부만이 할 수 있습니다.

 

(예산지출 대 조세유인)

여기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같은 재정 수단이라도 예산을 직접 쓰는 것과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조세를 감면해주는 것은 거둘 수 있었던 세금을 거두지 않는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거두어서 일반 예산에서 지출하는 것과 유사하게 정부 재정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뜩이나 재정 상황이 좋지 않고 앞으로도 별로 나아질 것 없어보이는 지금, 효과는 없으면서 세수만 낭비하는 최악의 경우는 피해야 합니다. 그래도 조세 유인은 출산이 실제 이루어져야만 세수 비용(받아야 할 세금을 안 받는다는 의미)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예산 배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반면 지금 지방자치단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출산 장려금의 경우 일반 예산 지출이기 때문에 그 규모가 커지면 당장 다른 용도의 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요.

 

(병역혜택은 또 다른 형태의 세금 깎아주기)

경제활동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자원은 돈과 시간입니다. 보통 시간의 기회비용을 돈으로 환산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금을 정부에 납부하는 현금으로만 생각하는데, 과거 왕정 시절의 군역, 노역, 곡물 등도 세금입니다. , 남자들이 군대가는 것도 그 시간의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세금을 내는 것입니다.

제 책 <개혁의 정석> 144쪽 이하에서는 병역혜택을 출산유인으로 하는 아이디어가 나와있습니다. 한 예로, 만일 자식이 아들을 포함해 둘 이상인 경우 남자 아이 한 명은 현역이 아닌 공익 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떨까요. 이게 인센티브가 될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병역과 같이 예민한 사안을 이렇게 다루다가는 사회적 혼란이 크겠지요. 외아들을 가진 부모는 펄펄 뛸 것이고 아들만 두 셋인 부모는 형제의 난을 고민할지도 모릅니다. 의무 징집 대상이 아닌 딸만 연속으로 낳는 경우의 대책도 필요하고요. 딸만 여럿인 부모에게 세금 혜택을 추가로 줄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병역과 감세의 균형 지점을 찾는 문제가 남습니다.

 

(유인효과 확실한 정책 찾고, 예산 대안도 마련해야)

제 책 프롤로그에서는 둘째를 낳으면 첫째 수능점수 10점 올려주고, 셋째 낳으면 둘째 점수 올려주는 예시가 나옵니다. 출산율? 순식간에 해결되겠지요. 물론, 병역이나 수능 사례는 출산 유인을 주려면 진짜 효과가 확실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든 예시일 뿐입니다. 지금 선거철이라 정당마다 이런 저런 출산 대책 내세우지만, 다들 돈 쓸 것만 말하지 그것이 얼마나 유인효과가 있는지, 예산을 얼마나 소요되는지, 그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는지를 말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습니다. 말로만 하는 정책을 누가 못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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